두 나라가 같은 국경을 다르게 쟀다
1951년, 영국 수학자 루이스 리처드슨은 전쟁의 원인을 통계로 찾던 중 이상한 것을 발견했다. 스페인과 포르투갈이 발표한 양국 국경 길이가 서로 달랐다. 987 km와 1,214 km. 20% 넘는 차이였다.
측량 실수가 아니었다. 두 나라가 다른 크기의 자를 썼기 때문이다.
자를 반으로 줄이면 길이가 늘어난다
컴퍼스를 100 km로 벌려 영국 해안선을 따라 찍어 나가면 어떤 수가 나온다. 컴퍼스를 50 km로 좁혀 다시 재면 — 값이 커진다. 자가 짧아질수록 만과 곶의 잔주름이 계산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10 km로 재면 더 커지고, 1 km, 1 m로 가면 계속 커진다. 수렴하지 않는다.
직선이나 원이라면 이런 일이 없다. 자를 아무리 줄여도 원둘레는 어떤 값으로 수렴한다. 해안선은 그렇지 않다. 확대해도 비슷한 굴곡이 계속 나타나기 때문이다.
변하지 않는 것이 하나 있다
만델브로가 1967년 「영국의 해안선은 얼마나 긴가」에서 지적한 것이 이 지점이다. 길이는 수렴하지 않지만, 길이가 늘어나는 비율은 일정하다.
자를 절반으로 줄일 때 측정값이 몇 배가 되는가 — 이 비율에서 나오는 수가 프랙탈 차원이다. 영국 해안선은 약 1.25, 노르웨이의 피오르 해안은 1.52. 매끄러운 곡선은 1, 평면을 가득 채우는 곡선은 2에 가깝다.
길이는 자에 딸린 값이지만 차원은 대상 자체의 값이다. 잴 수 없는 것을 포기하고, 잴 수 있는 다른 양을 찾아낸 것이다.
이것은 예외가 아니다
해안선 역설은 기이한 사례가 아니라 측정 일반의 성질을 드러낸다.
모든 측정에는 불확도가 있고, 그 불확도는 도구에서 온다. 우리는 보통 도구를 정교하게 하면 참값에 가까워진다고 가정한다. 해안선은 그 가정이 언제나 성립하지는 않음을 보여준다 — 도구를 정교하게 할수록 답이 멀어지는 양이 존재한다.
그래서 지도에 적힌 해안선 길이에는 반드시 축척이 따라붙어야 한다. 축척 없는 해안선 길이는 유효숫자 없는 측정값과 같다. 숫자는 있는데 뜻이 없다.
남은 것
측지학이 지구를 재는 학문이고 지도 투영이 그것을 종이에 옮기는 기술이라면, 해안선 역설은 그 둘 사이에 놓인 함정이다.
그리고 위상수학이 그랬듯, 여기서도 재는 것을 포기했을 때 오히려 보이는 성질이 있다. 길이를 물으면 답이 없다. 차원을 물으면 답이 있다. 물음을 바꾸는 것이 답을 얻는 방법일 때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