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T · MMXX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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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03 · 진법

왜 1시간은 60분인가

4000년 전 바빌로니아가 아직 우리 손목시계 안에서 돌아가고 있다.

10진법 세상에 남은 60진법의 섬

우리는 모든 것을 10으로 센다. 그런데 시간만은 아니다. 60초가 1분, 60분이 1시간. 각도도 마찬가지로 원이 360도다.

이 불일치는 실수가 아니라 화석이다. 바빌로니아의 60진법이 다른 모든 영역에서 밀려난 뒤에도 시간과 각도에서만 살아남았다.

왜 하필 60인가

60은 1·2·3·4·5·6·10·12·15·20·30으로 나누어떨어진다. 100보다 작으면서 약수가 가장 많은 축에 든다. 분수를 소수점 없이 다뤄야 했던 시대에 이건 결정적인 장점이었다. 3분의 1이 20이고 4분의 1이 15다 — 나머지가 생기지 않는다.

기원 설명으로는 손가락 마디를 세는 손 셈법이 자주 거론된다. 한 손 네 손가락의 마디 12개를 엄지로 짚어 세고, 다른 손 다섯 손가락으로 12묶음을 세면 60이 된다. 다만 이건 유력한 가설이지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자리값이 먼저였다

60진법이 오래 버틴 진짜 이유는 자리값 표기에 있다. 바빌로니아 숫자는 인류 최초로 "같은 기호도 놓인 자리에 따라 값이 달라지는" 체계를 썼다. 큰 수와 분수를 한 체계로 다룰 수 있으니 천문 계산에 압도적으로 유리했다.

그래서 60진법은 천문학의 언어가 됐고, 천문학이 시간과 각도를 관장했다. 언어가 남으면 단위도 남는다.

10진법은 왜 이기지 못했나

10진법이 표준이 된 것은 손가락이 열 개라는 우연에 가깝다. 약수로 보면 10은 60보다 열등하다(1·2·5·10뿐). 그럼에도 10진법이 이긴 것은 계산의 우수함이 아니라 미터법이라는 제도의 힘이었다.

프랑스 혁명기에는 하루를 10시간, 1시간을 100분으로 하는 십진 시간도 시행됐다. 1794년에 도입돼 1795년에 사실상 폐기됐다. 도량형은 법으로 바꿀 수 있었지만, 시간은 이미 모든 사람의 몸에 박혀 있었다.

남은 것

1분1시간은 지금도 60진법이다. 다만 1초만은 1967년에 정의가 바뀌어, 세슘-133 원자가 9,192,631,770번 진동하는 시간이 됐다.

바빌로니아의 눈금 위에서, 원자가 진동을 세고 있다.

SRC근거9

이 이야기가 딛고 선 아카이브 항목들. 각 항목에 출처가 달려 있다.

60진법 base 60BCE 200060 = 1,0 in base 60확정
바빌로니아 숫자 𒐕BCE 200060진 위치기수법 (sexagesimal)근사
min60 s확정
시간 h3600 s확정
왜 원은 360°인가 °BCE 4001 회전 = 360° = 21,600′확정
왜 10진법인가(손가락설)ten fingers → base 10 (hypothesis)근사
위치기수법BCE 2000positional weighting of digits확정
손가락 계수fingers/joints as counters확정
s1967ΔνCs = 9192631770 Hz (exact)확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