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0은 원에서 나온 수가 아니다
원의 어디를 봐도 360이라는 수는 나오지 않는다. 원주율은 3.14159…이고, 원을 자연스럽게 나누면 2, 3, 4, 6이 나온다. 360은 원의 성질이 아니라 바깥에서 들여온 수다.
어디서 왔는가. 하늘에서 왔다.
태양이 하루에 한 칸씩
바빌로니아 천문학자들은 별자리를 배경으로 태양이 하루에 조금씩 자리를 옮기는 것을 기록했다. 한 바퀴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365일. 그런데 그들이 쓰던 수 체계는 60진법이었고, 365는 60으로 나누어떨어지지 않는다.
360은 나누어떨어진다. 60으로도, 그리고 2·3·4·5·6·8·9·10·12·15·18·20·24·30·36·40·45·72·90·120·180으로도. 약수가 24개다. 365의 약수는 넷뿐이다(1, 5, 73, 365).
하늘의 실제 값과 계산하기 좋은 값 사이에서, 그들은 계산하기 좋은 쪽을 택했다. 회귀년이 365.2422일이라는 것을 몰라서가 아니다. 알면서도 눈금은 360으로 새겼다.
편의가 3,000년을 살아남는 법
이 선택은 바빌로니아 수 체계와 함께 그리스로 넘어갔다. 히파르코스가 원을 360등분한 표를 만들었고, 프톨레마이오스가 그것을 정리했다. 삼각법이 360도 위에서 자라났다.
한 번 표가 만들어지면 되돌리기 어렵다. 표를 다시 계산하는 비용이 눈금을 바꾸는 이득보다 항상 컸기 때문이다. 그렇게 360은 살아남았다.
같은 유산이 1시간을 60분으로 자른 자리에도 남아 있다. 각도의 1도를 60분, 1분을 60초로 자르는 관습은 아예 이름까지 시간과 같다. 분(minute)과 초(second)가 각도에도 있는 이유가 이것이다 — 둘 다 같은 60진법의 자손이다.
그래서 라디안이 나왔다
수학이 미적분으로 넘어가면서 360은 걸림돌이 됐다. sin x의 미분이 cos x가 되려면 각도를 360이 아니라 원 자체의 비율로 재야 한다. 반지름 하나만큼의 호가 이루는 각 — 라디안이다.
라디안은 원 안에서 나온 수다. 한 바퀴는 2π 라디안이고, 이 값은 문화나 관습과 무관하다.
남은 것
그런데도 우리는 여전히 360도를 쓴다. 나침반도, 지도도, 각도기도 360이다. 라디안이 더 자연스럽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렇다.
표준은 최적이어서 남는 것이 아니라 이미 깔려 있어서 남는다. 360도는 3,000년 전 어느 서기가 나누기 편한 수를 고른 결과이고, 우리는 아직 그 편의 위에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