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계가 지구를 앞질렀다
1초는 오랫동안 하루의 86,400분의 1이었다. 기준은 지구의 자전이었고, 그보다 안정된 것은 없다고 여겨졌다.
원자시계가 그 전제를 뒤집었다. 세슘 원자의 진동수는 지구 자전보다 훨씬 고르다. 1967년 1초의 정의가 세슘으로 넘어가면서, 지구가 오차의 원인이 됐다.
지구는 조금씩 느려진다
달의 조석 마찰이 지구 자전에 브레이크를 건다. 세기당 하루 길이가 약 1.8밀리초씩 늘어난다. 여기에 지진, 빙하의 융해, 핵과 맨틀의 상호작용까지 얹혀 자전 속도는 불규칙하게 흔들린다.
밀리초는 작지만 쌓인다. 원자시가 만든 하루와 지구가 만든 하루가 0.9초 이상 벌어지면 조정이 필요해진다.
61초짜리 분
1972년부터 국제기구는 필요할 때마다 윤초를 넣었다. 6월 30일이나 12월 31일 마지막 분에 1초를 더한다. 그날의 시계는 23:59:59 다음에 23:59:60을 표시하고 그다음 00:00:00으로 넘어간다.
2016년까지 27번 들어갔다. 모두 더하는 방향이었다 — 지구가 느려지고 있으므로.
1초가 전산망을 멈춘 날
문제는 컴퓨터였다. 대부분의 시스템은 1분이 60초라고 가정하고 짜여 있다. 23:59:60은 그 가정 밖의 값이다.
2012년 윤초 때 레딧·링크드인·콴타스 항공 예약 시스템이 멈췄다. 리눅스 커널의 시간 처리 코드가 무한 루프에 빠진 것이다. 이후 구글은 윤초를 한 번에 넣는 대신 하루에 걸쳐 시계를 아주 조금씩 늦추는 방식(smear)을 쓰기 시작했다 — 표준을 어기고 사고를 피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2035년, 폐지된다
2022년 국제도량형총회는 2035년까지 윤초를 폐지하기로 결의했다. 원자시와 지구시의 차이가 커지도록 그냥 두겠다는 뜻이다. 1분이 넘게 벌어지려면 수백 년이 걸리고, 그때 가서 다시 정하면 된다는 판단이다.
즉 하늘에 맞추는 일을 포기하고 시계를 그대로 두기로 한 것이다.
남은 것
표준시와 시간대가 그랬듯, 윤초의 역사도 같은 물음을 되풀이한다. 눈금을 자연에 맞출 것인가, 아니면 자연에서 떼어내 사람의 편의에 맞출 것인가.
회귀년의 어긋남은 달력을 고쳐 흡수했고, 삭망월의 어긋남은 윤달로 흡수했다. 윤초는 그 계보의 마지막 항목이었고, 2035년에 처음으로 포기되는 조정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