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은 정확히 365.25일이 아니다
율리우스력은 4년마다 하루를 넣어 1년을 평균 365.25일로 맞췄다. 기원전 46년 카이사르가 도입할 때는 훌륭한 근사였다.
문제는 실제 회귀년이 365.2422일이라는 것이다. 차이는 하루의 0.0078, 1년에 약 11분이다.
11분은 무시할 만하다. 100년이면 18시간, 그래도 하루가 안 된다. 그러나 128년이면 하루가 어긋난다. 그리고 율리우스력은 1,600년을 굴렀다.
부활절이 봄에서 밀려나고 있었다
교회에는 이것이 신학의 문제였다. 부활절은 춘분 다음 보름 뒤의 일요일로 정해져 있다. 325년 니케아 공의회는 춘분을 3월 21일로 못박았다.
그런데 16세기가 되자 천문학적 춘분은 3월 11일 무렵에 오고 있었다. 열흘이 밀린 것이다. 이대로 두면 부활절은 언젠가 여름에 온다.
두 가지를 동시에 고쳤다
1582년 그레고리우스 13세의 개력은 두 가지 일을 한꺼번에 했다.
첫째, 밀린 것을 갚았다. 1582년 10월 4일 목요일 다음 날을 10월 15일 금요일로 정했다. 열흘이 달력에서 사라졌다. 요일은 끊지 않았다 — 목요일 다음은 금요일이었다. 날짜만 건너뛴 것이다.
둘째, 다시 밀리지 않게 규칙을 고쳤다. 윤년에서 100으로 나누어떨어지는 해는 제외하되, 400으로 나누어떨어지면 다시 넣는다. 400년에 97번의 윤년. 평균 365.2425일이 되어, 실제 값과의 차이는 1년에 26초로 줄었다. 이 오차가 하루가 되려면 3,300년이 걸린다.
아무도 같은 날 바꾸지 않았다
개력은 교황의 칙서였고, 따라서 가톨릭 국가만 즉시 따랐다. 스페인·포르투갈·이탈리아·폴란드는 1582년에 바꿨다.
개신교 국가들은 거부했다. 독일 개신교 지역은 1700년, 영국과 그 식민지는 1752년에야 바꾸었고 그때는 갚아야 할 날이 열하루로 늘어 있었다. 러시아는 1918년, 그리스는 1923년이었다.
그래서 근대사에는 두 개의 날짜가 공존한다. 1917년 러시아 10월 혁명은 그레고리력으로는 11월 7일에 일어났다. 이름과 날짜가 어긋난 채 굳은 것이다.
남은 것
그레고리력은 하늘을 고친 것이 아니라 장부를 고친 것이다. 지구의 공전은 그대로였고, 사람이 쓰던 눈금을 실제에 다시 맞췄을 뿐이다.
여기서 드러나는 것은 달력이 천문학이 아니라 합의라는 사실이다. 열흘을 없애려면 계산이 아니라 권위가 필요했고, 그 권위가 미치지 않는 곳에서는 340년 동안 다른 날짜가 통용됐다. 기원(epoch)을 어디로 잡을지, 어느 날을 건너뛸지 — 모두 정하는 문제이지 재는 문제가 아니다.